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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나는 반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출처: 매일경제 2020.03.05]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0/03/05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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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상 정지시킨 코로나
재택 근무·온라인 수업…
어쨌든 삶의 변화는 시작됐다

절망 뛰어넘은 시시포스처럼
부조리한 상황 이겨내야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인간 실존의 문제를 고민했던 알베르 카뮈는 '이방인' '시시포스 신화' '페스트' 등 이른바 '부조리 3부작'을 쓰며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그중 '시시포스 신화'는 신들의 미움을 산 한 인간의 이야기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시시포스는 커다란 바위를 계곡 밑에서 산꼭대기로 굴려 올리는 형벌을 받는다. 하지만 정상에 올려놓는 순간, 바위는 계곡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그는 다시 계곡 밑으로 내려와, 처음부터 바위를 굴려 산꼭대기에 올려야 한다. 이 노동은 영원히 반복된다. 이 형벌이 힘든 이유는 가혹해서가 아니라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시시포스는 모든 인류를 상징하고, 그가 부여받은 절망적인 형벌은 부조리한 인간 조건을 상징한다.

하지만 카뮈는 주인공 시시포스를 절망적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바위를 밀어 올리는 모습 대신 바위를 밀어 올리기 위해 다시 계곡 아래로 내려오는 그의 모습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이때 시시포스는 신들에게 경멸을 보낼 수 있고, 신들에게 반항할 수 있다. 그는 부조리한 형벌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절망을 뛰어넘는다. 그 순간 그는 벌을 받고 있는 가엾은 피해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행위자다. "시시포스의 말없는 기쁨은 모두 여기에 있다. 그의 운명은 그의 것이다. 그의 바위는 그의 것이다. -카뮈-"

카뮈는 이렇게 자신의 삶이 부조리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을 '위대한 의식의 순간'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며, 그렇게 선택한 삶에 대한 책임을 깨닫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뮈에게 삶의 부조리들은 도달점이 아니라 성장점이요, 새로운 출발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고요했던 대한민국을 불과 한 달 사이에 발칵 뒤집어 놓았다. 마치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처럼 모든 이동을 정지시켰고, 만남을 정지시켰으며, 출근마저 정지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영문도 모른 채 바이러스 감염이라는 엄청난 고통 속에 빠졌고, 더 많은 사람들이 언제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될지 몰라 불안과 공포 속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보다 더 부조리한 일이 있을까?

이러한 부조리한 실존의 순간에도 우리가 만나야 하는 '위대한 의식'은 분명 존재한다. 필자의 눈에 보이는 큰 변화는 코로나19가 지금 우리의 삶의 방식을 엄청나게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인류의 삶을 바꾸는 대변화가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바로 '일상의 재택화, 온라인화'다.

많은 기업들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또 대학들은 온라인 수업을 대폭 늘렸으며, 개신교 대형 교회들은 주일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 우리 사회의 중심인 기업, 학교, 교회에 변화의 바람이 시작된 것이다.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중국 등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이미 원격의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전체 진료 6건 중 1건이 원격의료라고 한다.

이처럼 지금까지 대면해서 하던 일들이 집에서 온라인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앞으로 어떤 산업이든 '재택화, 온라인화'에 적응하면 살고, 적응하지 못하면 시장을 빼앗기고 도태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이 크고, 상황이 엄중하다. 모든 경제주체와 개인들이 이 절망을 뛰어넘기 위해 힘들게 싸우고 있다. 우리 공동체는 지금 '위대한 의식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절망 앞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았던 반항적 영웅 시시포스처럼 대한민국이 이 부조리한 상황을 반드시 이겨내고 새로운 미래의 문을 열어 가기를 간절히 응원한다. "나는 반항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카뮈-"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한양대 특임교수]

 

원문URL: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09&aid=000453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