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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한나 아렌트가 보내온 경고 [출처: 매일경제 2019.09.19]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9/1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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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1906~1975)는 나치 시대를 온 몸으로 겪어낸 정치사상가다. 그녀는 스승이자 17년 연상의 유부남인 독일 실존주의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하이데거가 나치 정권에 가담하자 그와 결별하고 프랑스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한다.

그때 독일에서 날아온 유대인 홀로코스트 소식. 그녀는 엄청난 충격과 함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괴테와 칸트의 나라 독일이 나치즘(Nazism)이라는 전체주의(全體主義)를 승인했을까?"

이를 계기로 그녀는 전체주의 연구에 몰두했고, 1951년 '전체주의의 기원'을 집필해 일약 학계의 주목을 받는다. 첫 연구는 유대인 수용소의 전체주의에 대한 것이었다. 나치는 먼저 수용자의 국적을 박탈해 법률보호장치를 없애고, 관리자가 무재판 즉결처분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전원 삭발과 동일한 죄수복, 이름 대신 번호 호칭 그리고 고문과 폭력을 가해 인격과 개성을 파괴했다. 또 일부 수용자들을 살해에 참여시켜 진짜 살인자와 진짜 피해자를 헷갈리게 만들어 양심적 행위의지를 말살했다.

나치의 목표는 수용자들의 육체와 정신을 무력화시켜 살아 있는 시체로 만드는 것이었고,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한나 아렌트는 이런 홀로코스트 연구를 통해 전체주의의 목적지가 개인의 자발성과 자유를 박탈하고 '파블로프의 개'처럼 조건 반응만 하는, 다루기 쉬운 존재로 바꾸려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전체주의 이데올로기의 목표는 혁명적 변화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그녀는 이어서 '왜 독일 국민은 이런 완전한 통제가 이루어지는 상태, 즉 전체주의를 받아들였을까'를 연구한다.

1차 대전 패전 후 독일은 베르사유 조약(1919년)으로 엄청난 규모의 전쟁배상금을 포함해 무려 448개나 되는 벌칙을 받아들여야 했다. 더욱이 1929년 대공황까지 겹치자 경제는 파탄 났고, 실직자는 넘쳐났으며, 미래는 절망적이었다. 그때 히틀러가 등장했다. 그는 최고 인종인 독일 민족이 단결하면 불황 극복뿐 아니라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달콤하고 허황된 미래를 제시했다. 또 독일 국민들이 이런 역사 변화를 받아들이고 주체가 돼야 한다는 허위의식을 심었다. 그러자 새로운 지도자를 열망하고 있던 독일인들은 순식간에 국가주의를 받아들이고, 히틀러에 열광하게 된다.

한나 아렌트는 히틀러 치하 독일 국민처럼 다양한 개성과 사고를 포기하고 마치 한 사람처럼 움직이는 거대한 폭력적 군중을 '폭민(Mob)'이라 정의한다. 그리고 인류 지성사(史)를 이끌어 온 유럽에서 나치즘, 파시즘 같은 전체주의가 생긴 이유를 이렇게 진단한다. 경제가 어려워 민중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달콤한 미래를 말하는 지도자가 나타나 그들을 선동하면 대중은 순식간에 폭민으로 변해 전체주의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폭주기관차처럼 마주 달리고 있다. 보수는 자유의 가치만 주장하며 장차 폭민으로 변할 수도 있는 절망 계층을 만든 데 대한 제대로 된 반성이 없고, 또 따뜻한 대한민국을 위한 변화 플랜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또 진보는 평등, 공정, 정의 등의 기치는 내걸었지만, 실질적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고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가정신을 불타게 만들지는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경제는 비틀거리고 이런 다툼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극도로 불안하다.

어서 이 대립과 분열의 열차를 중지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이 열차의 종착역이 전체주의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한나 아렌트의 경고를 새겨볼 때다. "인구가 지나치게 많아져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고, 사회적으로 뿌리를 잃은 대중이 많아지면, 전체주의는 언제나 강한 유혹의 형태로 부활할 것이다."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한양대 특임교수]

 

참고URL: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09&aid=00044296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