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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3·1운동 100주년이 던지는 질문 [출처: 2019.05.16]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5/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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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653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직원 `하멜(Hamel)`은 난파되어 조선에 억류된다. 14년 후 그는 탈출해 나가사키에 있는 네덜란드 상관(商館)으로 가는데, 당시 일본은 세계 은(銀)의 30%를 생산해서 수출했다. 일본이 갑자기 은 생산 대국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놀랍게도 답은 조선에 있었다. 연산군 9년(1503년), 김감불이라는 사람이 임금을 찾아와 은을 제련하는 새로운 기술을 시연한다.
수은을 이용하던 기존 방법은 맹독성 때문에 생산이 어려웠지만, `연은분리법`이라는 신기술은 수은 대신 납을 사용함으로써 쉽게 많은 양을 만드는 획기적 방법이었다. 그러나 1507년, 중종반정 후 조선 정부는 사치를 금한다는 이유로 은 생산을 금지시킨다. 얼마 후, 1533년 일본에 조선인 기술자가 나타나 `연은분리법`을 전수한다. 이때부터 일본은 비약적인 은 생산을 하게 되고, 조선을 침략할 자본과 무력을 갖춘다. #2 임진왜란의 또 다른 얼굴은 `도자기 전쟁`이다. 조선에는 세계인들이 탐낼 만한 도자기 기술이 있었지만, 도공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했다. "녹봉으로 준 쌀에 돌이 섞여, 굶주린 도공들은 야반 도주를 했고, 일부는 굶어 죽었다"는 구절이 중종실록에 나올 정도였다. 일본은 조선을 침략해 도공들을 잡아갔다. `일본 도자기의 시조`라 불리는 이삼평과 심수관 등은 사무라이급의 녹봉과 대우를 받으며, 조선 옷을 입고 조선 말을 하는 등 도자기만 잘 만들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일본은 이들이 만든 도자기를 유럽에 수출해 또 한 번 국부를 키운다. 또한 무역 파트너 네덜란드로부터 난학(蘭學)과 서양 문물을 배워 훗날 메이지유신의 기초를 닦는다.

#3 1377년 고려 최무선은 각고의 노력 끝에 화약 기술을 개발하고, 정부에 건의하여 화약 및 화기 제조를 담당하는 `화통도감`을 만든다. 1380년 왜구가 300여 척의 군선으로 진포(지금의 군산) 앞바다에 쳐들어 오자, 최무선은 함포로 무장한 군선 40여 척만으로 왜구의 군선 전부를 궤멸시킨다. 배에서 화포를 사용하는 최무선의 함포 기술은 해전사에 획을 긋는 최초의 것이었다. 그러나 고려 창왕 때 화통도감은 없어져 버리고 만다. 반면 서양은 함포 기술을 잘 발전시켜 세계를 지배한다. 진포해전 129년 후 포르투갈 엔히크 왕자는 18척으로 인도양을 제패했고(1509년, 디우해전), 진포해전 208년 후 영국은 뛰어난 함포 능력으로 스페인 무적함대를 무찌르고 대서양을 제패했다(1588년, 칼레해전).

#4 필자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CEO들과 산업혁명의 역사를 공부하는 중이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로부터 지도받고 있는데, 정부와 기업 모두에 영감을 주는 내용이라 느끼고 깨닫는 것이 참 많다. 공부의 핵심 질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나라는 은 제련 기술, 도자기 기술, 함포 기술 등 세상을 놀라게 할 기술을 가지고 있었는데, 왜 발전시키지 못했을까? 다른 하나는 크기가 한반도만 한 나라 영국은 어떻게 산업혁명을 성공시켜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만들 수 있었을까?

네덜란드와 영국은 동인도회사를 만들어 기업인들이 배를 타고 해외로 나가 이윤을 취하게 했고, 정부는 기업에 재량을 주고 철저히 보호했다. 또 투자 위험을 분산하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확대 재투자 체제`를 만들어 국익을 추구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상인들과 기술자를 천대했고 이윤 추구를 사악한 것으로 보았기에 `기업`은 탄생하지 못했다. 또 확대 재투자 체제의 부재는 기업가 정신을 이끌어 내지 못했고, 그 결과 민족이 가진 저력은 말살되고 말았다.

3·1운동 100주년은 지금 우리에게 준엄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왜 우리는 나라를 빼앗겼는가?"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국부를 키우려면 어떤 정책과 제도가 필요한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의 시간이 지금 지나가고 있다.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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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URL: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19/05/3204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