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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마(魔)의 벽` 허물기 [출처: 매일경제 2019.04.04]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9/04/0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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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는 '마(魔)의 벽'이 있다. 육상 1마일 달리기의 마의 벽은 '4분'. "만약 1마일을 4분 안에 뛴다면 인간의 심장이 견디지 못하고 파열할 것이다." 이 벽에 영국 옥스퍼드대 의대생 로저 배니스터라는 아마추어 육상선수가 도전했고, 마침내 1954년 5월 6일, 그는 세계 최초로 1마일 4분 벽을 깨고 '3분59초4'의 기록을 세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그 뒤에 일어난다. 그가 마의 벽을 깬 후, 한 달 뒤에 10명, 1년 후에 37명, 그리고 2년 후에는 300명이 넘는 선수들이 4분 벽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분야마다 사람들이 불가능이라고 생각하는 '마의 벽'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사람이 그 벽을 깨면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그 벽을 뛰어넘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우리가 넘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마의 벽'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은 아닐까?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과 고정관념이 그 벽을 만든 것은 아닐까? 그래서 현실의 두꺼운 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우리 마음속에 있는 벽을 먼저 깨야 하는 것일지 모른다. 자, 그럼 마음의 벽만 깨면 충분할까? 몇 가지 더 있다.

높이뛰기에도 마의 벽이 있었다. 그 높이는 '2m'. 1968년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의 딕 포스베리 선수는 이렇게 생각했다. "기존의 방법인 '가위뛰기'로는 2m가 한계야. 누구도 2m를 넘을 수는 없어." 한계를 발견한 그는 수많은 연구와 실패 끝에 새 방법을 찾아낸다. 그 방법은 몸을 뒤로 돌려 등으로 바를 뛰어넘는 이른바 '배면뛰기'. 발상의 전환을 통해 그는 멕시코올림픽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2m24㎝의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또 수영 100야드 배영에서 마의 벽은 '1분'이었다. 선수들은 반환점을 돌 때, 손으로 벽을 짚었다. 가속도가 줄어들어 기록 경신이 어려웠다.

이때 미국의 수영선수 텍스 로버트슨은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 방법으로는 누구도 1분이라는 한계를 넘을 수 없어. 만약 손이 아니라 발로 턴을 하면 어떨까?" 이런 발상의 전환을 통해 그는 새 기술을 개발했다. 턴 지점을 1m 정도 남기고 몸을 뒤집어서 벽을 발로 차고 나가는 '플립 턴(flip turn)'이다. 그의 제자 아돌프 키에퍼는 1935년 고교수영대회에서 '58초5'라는 세계신기록으로 마의 벽을 깬 데 이어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우승한다.

스포츠의 혁신을 보면 몇 가지 시사점을 더 찾을 수 있다. 첫째, 불가능을 현실로 만들려면 마음의 벽을 깨는 동시에 '배면뛰기'와 '플립 턴' 같은 발상의 전환까지 해내야 한다. 둘째, 발상의 전환을 위해서는 먼저 기존 방법이 가진 한계를 알아차리는 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가 없으면 새 방법을 고민할 기회는 영영 가질 수 없다. 셋째, 그 한 사람을 키우고 그 한 사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새 방법을 함께 찾아낼 때 새 역사가 써진다. 경제에서 우리는 그 한 사람을 '기업가'라고 부르고, 그가 여러 장애물을 극복하고, 끝내 현실화해 내는 것을 '기업가 정신'이라고 부른다.

지금 대한민국 기업들은 사면초가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피 말리는 혁신경쟁, 자국 기업과 시장을 지키려는 미국, 중국 등의 보호무역주의, 임금 상승과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인한 원가 상승, 창의성을 가로막는 수많은 규제 등. 한마디로 최악의 상황이다. 하지만 환경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의 일자리를 지켜내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는 임직원이 똘똘 뭉쳐 '마의 벽'을 깨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해 왔던 방법의 한계를 깨닫고, 발상의 전환을 해 내야 한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고, 또 내일의 일자리를 만들, 대한의 기업들이 다시 한번 새 역사를 써내길 뜨겁게 응원한다.

[강신장 모네상스 대표·한양대 특임교수]

 

본문URL: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10&oid=009&aid=0004332305